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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마음 안전기지
감정일기

감정일기 - 역시 혼자 있는건 어려운가 보다

by 보라색테라스 202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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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혼자는 어려운가 보다. 알바도 해보고 싶었는데 집 근처 알바도 없고 킨텍스는 너무 멀리 있고 막상 알바 가면 더 힘들 거다. 안 그래도 마음이 슬픈데 힘든 일을 혼자서 하면 더 내가 처량하게 느껴질 거 같다. 내가 그만 처량하게 느껴지고 싶은데 생각과 감정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

 

언발에 절대 오줌누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데 이제 발이 너무 아파서 오줌을 누고 싶다. 혼자 있어도 괜찮음을 경험하고 싶었는데 안 되나보다.

 

주변에 친구도 없고, 사람도 없고 일도 안 하고 점점 세상과 소외되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알바를 할 때 행복했냐? 그것도 아니다. 알바를 할 때도 마음이 외롭고 슬프고 고립된 기분이었다. 알바가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그렇다고 소개팅을 나가볼까 하는데 그것도 안된다. 기대를 잔뜩 하고 지금 힘든 내 상황을 구원해 줄 사람을 만날 거라는 기대를 할수록 실망이 더 커진다. 

 

내가 이렇게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었나. 어디서부터 문제였는지 자꾸 과거로 돌아간다. 중학생 때부터였나 자꾸 혼자 있기 싫어하던 게. 23살에도 이렇게 혼자 못 있진 않았는데. 폐쇄병동에서 퇴원한 느낌이다. 딱 퇴원하면 도대체 집에 가면 뭘 해야 하는지 너무 답답했다.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방금 산책을 하고 왔다. 유튜브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유롭게 돈 버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집에서 거북이나 키워볼까.. 고민했다. 유리 청소 닦는 것도 좋아 보였다. 창문이 시원하게 닦일 때 마음이 편해지고 청소하면 보람도 있을 거 같다. 

 

근데 그것도 다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같은 홍보가 필요하다. 그렇게 영업을 해야 하니까. 서비스와 마케팅은 절대 피할 수 없는 영역인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 다 해본 경험이 있어서 다행이다. 역시 뭐라도 하면 뭐라도 남는구나. 나는 네이버 블로그 3개를 열심히 키워보고 싶다. 그래서 한 개당 한 달에 20만 원만 벌어도 60만 원인데. 부업으로 너무 좋지 않을까.

 

그래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너무 목표를 멀리 바라보니까 지금 내가 너무 처량하다. 그러는 이유가 있다. 너무 자존감이 낮고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근데 그걸 채워준 좋은 애인이 있었는데 못 만나고 있어서 너무 슬프다.

 

오늘 정우열 선생님 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선생님의 말에 공감이 갔다. 자기를 너무 높은 기대치로 바라보고 계속해서 채찍질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내가 나에게 채찍질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그거 때문에 혼자 있는 게 너무 힘들다. 이렇게 혼자 있고 핸드폰만 보면 도태되고 나중에 주변에 아무도 없고 이성에게 매력도 없고 불행해질 거 같아 정말 두렵고 무섭다. 내가 유튜브에서만 보던 사회부적응자가 될 거라는 불안 때문에 쉬지를 못한다.

 

근데 전에 만나던 애인은 그냥 시간 나면 카페 가고 집에서 유튜브보고 빵 먹고 운동도 안 하고 하루종일 자기 맘대로 별거 안 하고 사는데 행복하다. 엄청 행복해한다. 이걸 보면 내가 지금 뭘 덜하고 있어서 불행한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채찍질해서 힘든 거라는 게 느껴진다.

 

친구 중에 인생 그냥 맘대로 살고 남이 뭐라고 평가하건 말건 잘 사는 친구들이 있다. 나도 높은 기대치의 나를 좀 내려놔야겠다. 월 200만 원만 벌어도 될 거 같다. 나는 모범생이라는 이미지를 너무 부담받으며 살았다. 중학생 때도 그렇고 그게 이어져서 커서는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부담을 받았다. 아니 뭐 취업 좀 늦게 해도 되는 거지. 오히려 나를 내려놓으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그 편해진 마음으로 살아야 오히려 잘 살 수 있다. 근데 우리 엄마아빠는 내가 편하게 사는 걸 가만두지 않는다. 자기들이 자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으니까 맘 편하게 사는 나를 말 한마디로 툭툭 괴롭힌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꾸 공부하는 나보고 자기 걸로 만들라고 아빠가 그랬는데 정작 본인은 고졸이다. 가정이 어려워서 공부를 못했다고 핑계만 댄다. 이딴 별것도 아닌 것이 나에게 아빠라는 핑계로 지적질을 많이 해서 내 마음이 많이 상했었다. 이제 커서는 반대로 내가 아빠한테 지적질하고 인생에 관여하지 않는다. 인생은 부메랑이란 걸 알려줘야 한다.

 

내 마음은 상하고, 나를 채찍질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렇게 마음이 편해졌다가도 갑자기 나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친구들은 지금 취업하고 있는데, 뭐 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덜컥 겁이 난다. 덜컥 불안감이 확 올라온다.

 

학교에서 숙제를 해야 했는데 안 하고 등교한 기분과 똑같다. 혼날 걱정에 너무 무섭고, 친구들이 나를 공부 안 하는 불량학생으로 보고 나를 멀리할까 봐 무서웠다.

 

비난과 혼나는 경험으로 인한 걱정, 엄마가 집을 나가서 느낀 유기불안 때문인가 보다. 결국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어렸을 때 아빠에게 무섭게 혼나는 경험과 엄마가 집을 나갔던 경험이 나를 힘들게 하나보다. 다시금 어렸을 때의 감정을 표현해 봐야겠다.

 

아빠는 항상 무섭게 소리를 지르면서 나를 혼냈다. 수용과 따뜻함이란 없었다. 그 과정에서 너무 무서웠고 두려웠다. 안 그래도 겁이 많은데 나를 그렇게 키웠으니. 아빠는 진짜 멍청하고 한심하다. 어렸을 때 나는 그래서 자주 울고 속상했다.

엄마는 아빠와 자주 싸우고 집에 나갔다. 일주일 안에 돌아오긴 했지만 그때 느낀 무력감과 불안감이 참 힘들었다.

엄마아빠가 싸워도 나는 도망칠 피시방에 갈 수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지금의 나도 엄마아빠가 싸우면 힘든데 그 어린아이가 어떻게 그 상황을 견뎠을까.

 

더럽고 추악하고 악마 같은 아빠가 나는 너무 싫다. 그 아이는 얼마나 외롭고 슬펐을까. 세상에 아무도 내 편이 없는 느낌을 항상 받으며 살아왔다. 근데 아빠가 무서워서 이런 감정도 표현 못하고 꾹꾹 참고 살았다. 이제라도 이런 감정을 바라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22살, 23살, 24살 때는 이렇게 감정일기에 나의 과거를 쓰지도 못했다. 그만큼 나에게 너무 힘들어서 억누르고 외면하고 살았다. 근데 아르바이트할 때 자꾸 아빠에 대한 분노가 올라와서 정말 힘들었다. 일 해야 하는데 막 아빠에게 들은 말이 생각나서 화가 나고, 이렇게 말할걸 화가 나니까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한 3달은 일할 때 4시만 되면 아빠에 대한 화가 났다.

 

지금은 화가 나면 감정일기에 쓰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괜찮아졌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게 느껴져서 다행이다.

 

예전에는 아빠가 잔소리 한 번 하면 화가 너무 났었다. 정말 잠도 안 올 만큼 분노가 올라왔다. 이제는 그냥 가끔 보는 남이라고 생각하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남이라고 생각하니까 덜 화가 난다. 옛날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인정 안 해주고 잔소리할 때 화가 너무 났다. 이제는 남이니까 뭐라고 하건 조금만 화가 난다. 왜냐하면 아빠가 너무 하찮고 멍청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아빠가 좋고 멋있어서 나도 저런 사람한테 인정받고 싶었다, 근데 항상 잔소리만 하고 비난만 했다. 지금 커서 보니 왜 저러는지 알겠다. 자기 안에 자신을 너무 미워하고 비난만 하니까 입만 열면 저런 말만 나오는 거다. 저렇게 자신을 수용하지 못하는 한심한 아빠한테 수용받고 싶지 않다. 부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심하고 항상 좋은 말보다 나쁜 말을 한다. 저런 사람은 절대 멀리하고 내 인생에 두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거리를 두기 좋았다.

 

심리적 독립을 어느 정도 성공한 거 같아서 참 다행이다. 저런 형편없는 존재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한 나의 과거가 참 안쓰럽고 불쌍하다. 저런 형편없는 존재는 멀리하고 이제 내가 나를 위로하고 인정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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