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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일기

감정일기 -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뭐할지 상상해봤다. 과연 행복할까?

by 보라색테라스 202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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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박호두 유튜브 영상에 로또 1등 된 사람이 나와서 부러웠다. 그래서 나도 1등이 되면 뭘 할지 한번 고민해 봤다. 먼저 나에게 상처를 준 아빠와 친가 친척들에게 복수하고 싶다. 1등을 10억이라고 치자.

그러면 바로 집에 나와서 내 집에 살 거 같다. 그리고 아빠한테는 그동안 키워줘서 고마웠지만 나에게 상처 준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5천만 원만 던져주고 싶다. 그리고 나와 가족을 욕하고 비난한 친가 친척들을 녹음된 파일을 변호사를 선임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외부인이 함부로 못 들어가는 비싼집에서 살 거다. 아빠가 찾아와도 함부로 볼 수 없는 경호원이 있는 집에서 살 거다. 그리고 나에게 시비를 걸었던 사람들에게 복수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돈으로 여유롭게 집에서 맛있는거 먹으면서 유튜브를 볼 거 같다.

 

근데 이게 행복할까? 집은 동네에서 멀리 이사를 와서 친구들을 보기 어려울 거다. 그리고 집에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로울 거 같다. 새로운 친구를 어디서 사귈까. 그리고 혼자 있는 집에서 블로그를 하고 운동을 하면 행복할까. 여자친구가 있어야 할 텐데. 물론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나는 편안한 내 방에서 블로그 하고 단지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가끔 가까이 사는 친구들을 만나는 게 좋다.

나는 차에 욕심도 없고 명품에도 관심이 없다.

 

결국 감정이 우선이었다. 로또 1등이 되자마자 복수하고 싶을 만큼 화가 있나 보다. 그 감정이 해소된 채로 1등이 되면 더 잘 즐길 수 있을 텐데 1등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나의 감정을 쏟아낸다. 

10억이 생겨도 당장 행복하지 않겠구나, 나는 돈만 보고 나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걱정된다. 행복할 줄 알았는데 외롭고 더 공허할 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내 감정을 살피거나 표현하지 않고 돈으로 덮으려고 할 거 같다.

 

외로우면 외제차를 타거나 비싼 옷을 살 거 같다. 외로우니까 돈으로 친구를 만들 거 같다. 술집에 가면 돈으로 사람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아 오히려 돈이 많으니까 내 감정을 돈으로 덮는구나. 오히려 부자들이 내 감정에 접근하기 더 힘들겠구나. 할 수 있는 게 많은 게 오히려 내 감정을 살펴보기엔 힘들겠구나.

 

내 안에 결국 분노와 화가 있구나. 아빠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항상 비난만 듣고 살았다. 친가 쪽 친척들은 맨날 우리 엄마랑 싸우고 우리 가족을 정신병자라고 욕했다. 그런 기억들이 비록 옛날이지만 나에겐 너무 생생할 만큼 힘들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화나고 억울하다. 나를 지키지 못하고 반항 한번 못 한 내가 싫다. 그런 감정이 내 안에 있었구나. 로또 1등 된 사람을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감정이구나.

 

덕분에 내 안에 이런 감정이 있었는지 알게 돼서 고맙다. 부자가 되면 억눌렸던 내 감정이 튀어나오지만 해소는 아니구나. 돈이 많으니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을 복수할 생각을 먼저 했다. 근데 그게 감정의 해소가 아니다.

나를 무시한 사람들을 복수하는 게 감정해소의 본질은 아니다. 잠깐 꼬실 뿐 다시 그 감정이 올라온다.

 

감정을 표현한 게 아니니까. 복수하면 분노가 사라질 거 같지만 복수할 때 더 큰 분노가 올라온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현실에서 복수는 어렵다. 정말 법적인 근거가 있어서 법대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속 시원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복수는 내가 겪었던 고통의 100배를 주는 고문 같은 건데 고작 판결문이나 벌금은 찝찝하다. 기간도 오래 걸리고 현실적으로 속이 시원하지 않다.

 

그렇다고 고문을 할 수는 없으니까. 만약에 아무도 모르게 고문할 수 있다고 쳐도 과연 그게 나의 감정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까. 오히려 끝없는 분노에 사로잡힐 뿐. 그 분노는 더 커지고 멈추지 않을 거 같다.

결국 돈으로 누구를 복수하는 건 그만큼 내 안에 힘든 감정이 있다는 뜻이다. 

 

나를 무시하고 얕잡아보고 비난하는 경험은 나의 자존감이 짓밟히는 느낌이다. 친척들이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할 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너무 화가 나고 짜증 났다. 감히 나의 가족에게 심한 말을 하다니 더 화나는 건 그때 아무 말도 못한 나다. 겁먹고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했던게 더 억울하고 분하다. 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더 나를 힘들게했다. 아빠도 마찬가지, 나를 비난하고 욕할 때 아무말도 못했었다. 물론 나는 무섭고 힘이 약하고 반항하면 맞으니까 아무말도 못 했지. 얼마나 힘들고 슬펐을까.

 

화를 내는 나에게 눈을 그렇게 뜨지 말라고 무섭게 협박했다. 진짜 웃기다. 초등학생도 안된 애한테 그런 분노를 느끼다니. 어떻게 애한테 그런 화를 낼까. 나 같으면 화도 안 날 거 같은데. 아빠가 어른이 못됐단 뜻이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내 마음에 분노가 쌓여있었나 보다.

 

 

어차피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내가 무시받았던 경험에서 오는 분노와 억울함, 서러움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돈으로 나를 치장하고 남들이 우러러봐도 내 감정이 표현하고 해소되지 않고 돈으로 억누르는 것뿐이구나. 돈이 좋지만 먼저 내 감정을 해소하고 다른 수단으로 막거나 덮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해야겠다.

나는 돈보다 몸을 키우는 걸로 내 무시당한 감정을 덮으려고 한다. 운동이 좋지만 나의 감정을 덮으려는 행위보다 나를 사랑하고 성장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운동을 하고 싶다.

 

 

감정일기를 통해 내 안에 분노를 마주하고 관찰하니까 속이 후련하다. 로또 1등이라는 상황이 나의 속 안에 감정을 여과 없이 꺼내기 딱 좋은 상황이다. 왜냐하면 돈이 많으니까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으니까. 나의 억눌린 상황이 해소되니 못할 게 없으니까.

 

로또 1등이 됐을 때 하고 싶은 것들이 나의 감정과 큰 관련이 있구나. 나는 분노와 억울함을 풀고 싶었다. 남들은 돈이 무조건 최고라고 하지만 그게 나의 감정을 돈으로 덮는 행위다.

돈은 절대 전부가 아니고 본질이 아닌 걸 알고 있었지만 로또 1등이라는 가정이 더 돈이 소용없다는 걸 알게 해 줬다. 돈이 나쁜 건 아니지만 말이다.

내 감정을 수용하고 해소하고 나와 친해지는 행복한 느낌은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다. 건강도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다. 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건강하고 몸 좋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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