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 아침마다 힘든 하루
아침마다 일어나면 오늘은 뭘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오늘의 하루는 무슨 낙으로 버텨야 하는지 절망스럽다. 공허하고 힘들다. 어디에 오늘은 기대며 살아야 하는지 힘들다. 특별한 무언가가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고 내 옆에 있으면 좋겠는데 기댈 것도 희망도 재미도 즐거움도 없으니까 힘들다.
어제 이어서 하던 과거이야기를 해보자.
중학생 때 일부 잘나가는 친구들의 모임이 나는 부러웠다. 근데 끼지 못했고 맴돌았다. 근데 그 친구들 말고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 무리에 뭔가 겁도 먹고 눈치를 봤다. 거기가 제일 잘 나가는 모임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고등학교에 와보니까 진짜 다양하고 넓은 무리들이 많았다. 어디 하나가 주된 모임이라는 느낌보다 모든 모임들이 특색 있고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같은 중학생때 가오부리던 친구가 고등학교에 와서도 가오 부려보려고 했는데 못했다. 워낙 다양하고 개성 있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지가 좀 나대보려고 했는데 기도 못썼다. 반대로 나는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녹아들어서 진짜 재밌고 행복한 친구관계를 유지하면서 잘 지냈다. 고등학교는 등교나 컨디션은 힘들었지만 친구관계만큼은 진짜 좋았다.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동성친구를 급 나누지 않고 모두 다 수용하고 친하게 잘 지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들은 중학교와 다르게 착하고 순하고 다들 날 잘 반겨줘서 좋았다.
중학교는 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친구들이 나를 피하고 놀리고 좀 짖궂게 대했다. 그 와중에 잘 지내보려고 애썼던 내가 불쌍하다. 나의 사춘기는 중학생 때 왔다. 그때 참 잘 보이고 인정받고 싶었는데 그런 친구가 없었다. 나도 나를 수용하려던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잘 놀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도 그러지 못했다. 마음이 불안하니까 어디 한 군데 모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맴돌았다. 그게 아쉽다. 중학생 때 학교를 갈 때 혼자서 가면 되는데 집에서 학교에 오는 친구들을 보다가 일부러 거기에 우연히 만난척하고 껴서 갔다. 중학생 때 혼자 돌아다니면 찐따 같아 보이는 게 너무 싫었다.
항상 학교에 갈 때마다 마음이 불안불안하고 힘들었다. 너무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힘들었다. 특히 여학생들도 있으니 더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힘들었다. 그냥 편하게 있으면 좋았을 텐데 잠시라도 혼자 남겨진 순간이 불안하고 힘들었다. 항상 같이 있을 친구들을 찾으러 다녔다.
그때 내 마음이 좀 편안하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만의 영역을 지키는 매력이 있었다면 훨씬 수월하게 중학교를 다녔을텐데 아쉽다. 그때 태우도 그렇고 정곤이도 그렇고 애들이 뭔가 삔또 나가는 애들이 많았다. 내가 나의 영역을 지키는 힘이 부족하니까 만만해 보였나 보다. 그런 관계들이 힘들었다. 진영이도 그렇고 나를 자꾸 배척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중학교는 걸핏하면 친구가 왕따 당하고 그랬다. 무조건 잘 나갈 것 같은 친구들도 나댄다는 이유로 왕따 당하고 소외됐다.
건이도 그렇고 중학교 이후로 성격이 변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 학교폭력도 심했고 왕따도 심했고, 현우라는 친구도 참 활발하고 에너지 있는 친구였는데 나댄다는 이유로 소외돼서 성격이 완전히 예민하고 무뚝뚝하게 변했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성격이 변한 친구들이 많았다. 중학교는 야생 그자체여서 강한 자만 살아남고 아니면 모든 걸 침해당했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에 좋은 기억이 거의 없다. 항상 불안하고 우울하고 친구관계는 힘들었다. 그 와중에 고백을 받은 적이 많았다. 근데 내가 화를냈다. 급도 안 되는 애가 날 좋아한다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한 거 같다. 그때 잘 만나서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서로 힘든 걸 공유하고 그러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잴 거 없이 그냥 한번 만나보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생각해 보니 중학교 때 연애가 뭐가 필요하겠나 그냥 만나보는 건데 지금의 나는 연애할 때 재는 게 너무 많아져서 시작하기 어렵다. 그냥 한번 만나보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해야 연애하기 좋은데 지금은 따지는 게 너무 많아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준만 많아지고 점점 연애하기 힘들어진다. 나도 나름 고백도 받고 인기도 있었는데 고등학교는 남녀분반이라 연애를 못했다. 그리고 연애를 하면 친구관계가 안 좋아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왜냐하면 연애를 하면 친구들과 놀 시간이 줄어드니까. 나는 어차피 얼마 못 갈 연애보다 오래가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서 연애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일부러 친구들과 지냈다. 돌아보니 그게 좀 후회된다. 그때 연애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잘 의지하고 지낼걸.
졸업하고 나니 연애를 할 곳이 정말 줄어들어서 아쉽다. 나도 중학생 때 고백도 받아보고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난 이성에게 완전히 도태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연애 잘 할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연애에서 한 달 만에 헤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줄어들었다.
생각해 보니 나 꽤 괜찮은 사람인데 중학생 때 나름 괜찮았는데 나에 대한 이미지가 왜 이렇게 추락했는지 속상하다. 나는 옷을 잘 못 입었다. 나이를 먹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배우고 찾아가야 하는데 어렸을 때 배운 게 없었다. 나는 고등학생 때 펄이 들어간 밀크티가 신기했다. 옷도 어떻게 입어야 멋있는 거고 어디서 사는 건지도 안 알려주고 서브웨이는 어떻게 먹는 건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연애를 하면서 세상을 천천히 배우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아무도 나에게 옷은 어떻게 입어야 멋있는 거고 서브웨이는 어떻게 주문하는지 친절하고 따뜻하게 알려준 적이 없다. 세상을 많이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20살~21살에 옷 못입는다고 욕먹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여자들이 내가 싫었나 보다. 그래서 점점 나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었다. 차라리 초등학생 때가 좋았다. 조금 건방져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 있던 시기였다. 근데 점점 중학생이 되면서 위축되고 나에 대한 영역을 잃기 시작하니까 만만해 보이고 그러니까 친구들이 나를 외면하고 그래서 자신감이 줄어들었다.
고등학교 와서 교우관계는 좋았지만 학교생활이 힘들기 시작해졌다. 고등학교는 나중에 이어서 하자.
중학교는 나에게 힘들고 괴로운 시기였다. 언제 졸업하는지 달력만 보고 괴롭게 지냈다. 중3때는 친구가 거의 없어서 학교에 가기 싫었다. 중학생 때는 학교 가면 졸지도 않고 에너지도 넘치고 감기도 안 걸리고 쌩쌩했다. 내 인생에서 피지컬 전성기다.
학교에 가도 졸리지도 않고 피곤함이 뭔지도 모르고 학교를 방과후하면 7시에 집에 왔고 저녁먹고 숙제하고 잤다. 그러면 드라마를 보다가 11시 전에 잤다. 잠귀도 어두워서 티브이를 보다가도 잤다. 모든 면에서 건강했다. 잠을 못 잔 적도 없고 못 잤다고 예민해지거나 불안해지지도 않았다.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서 학교잘갔다. 컨디션은 항상 최상이었다. 가정에서에 힘든 경험, 학교에서의 불안도 피지컬로 견디던 시기였다. 지금의 나와 너무 달라서 속상하다. 중학생 때가 좋았다. 그때는 다른 데서도 잘 잤고 좀 못 자도 괜찮고 겨울에 축구를 2시간씩 해도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자고 일어나면 회복했다. 성격도 많이 예민하지 않아서 잠도 잘 자고.
그때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친구를 만나서 집에서 부모에게 당했던 상처를 잘 수용받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애들이 다 너무 어려서 그냥 게임하고 놀기에 바빴다. 중학생 때 생각을 하면 지금 좀 자신이 생긴다. 나도 그렇게 당당하고 컨디션 좋고 무딘 때가 있었구나. 지금은 너무 많이 변했다. 고등학교가 좀 컸다.
중학생 때는 수련회를 가도 재미있고 잘 잤다. 못 잘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지금의 나는 잠귀가 너무 밝고 잠을 일찍 못자면 예민해지고 짜증을 낸다. 잠에 집착을 한다. 환경의 변화에 엄청 민감하고 피곤한 시간이 많아졌다. 환경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많고 혼자서는 외롭고 공허해서 지내질 못한다.
어쩌면 공허함은 중학생 때와 똑같은거 같다. 한시라도 친구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찐따가 된 거 같아서 안절부절못하는 마음.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 같다. 친구가 옆에 잠시라도 없으면 불안하고 힘들었다. 정말 생명의 위협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학교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학교가 친구들을 모아놓고 하루종일 가둬놓고 있으니까 내가 친구에 집착한다고 생각했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눈치볼 친구들이 없어지니 나 혼자 자유롭게 남신경 안 쓰고 잘 살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학교가 문제가 아니었다. 졸업하고 나니까 똑같이 외롭고 공허했다. 친구들은 다들 자기 살길 찾아가기 바쁜데 나만 동떨어져서 진로도 못 찾고 뭘 하고 있는지 방황했다. 역시 정우열 선생님 말이 맞았구나. 학교가 아니라 내 마음에 원인이 있었구나.
나는 원래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만나는걸 좋아한다. 에너지를 사람을 만나서 얻는다. 아쉽다. 중학생 때부터 그랬구나. 그럼 지금 힘든 이유는 중학생 때처럼 친구가 잠시라고 옆에 없으면 찐따가 된 거 같은 불안감 때문이구나. 그때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남아있구나.
중학생 때 친구가 옆자리에 없거나 쉬는시간에 친구랑 잊지 않으면 불안했다. 나만 소외된 느낌이 너무 싫었다. 학교에서 소외되면 아무것도 나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친구가 전부였다. 친구가 아니면 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처럼 블로그를 해, 쇼핑몰을 해 아무것도 할게 없었다. 나의 영역을 지키지도 못했다. 정우열 선생님이 인간관계는 곧 나와의 관계라고 했다.
내가 나를 미워하고 하찮게 보니까 친구로 마음을 채우고 싶었나보다. 나도 인정받고 싶었는데 못생기고 눈도 작고 피부도 안 좋고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너무 싫었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니까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했다. 너무 불쌍하다. 여유롭게 하루하루 재밌고 편안하게 보내고 싶었는데.
엄마도 아빠도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기보다 욕하고 비난만 했다. 중2병에 걸린 내가 보기 싫었나 보다. 참 그런 아이들을 그냥 인정해 주면 커서 잘 자랄 텐데. 너무 어릴 때 기대하는 모습이 크다. 나도 중2병 걸린 애들을 보면 싫기도 하다. 근데 그건 그거고 나는 너무 힘들었다. 인간관계가 너무 자연스럽지 못해서 아쉽다. 그만큼 나를 사랑하지 못했고 나에게 집중하지 못했구나. 나의 영역이 없고 위축된 마음이 너무 힘들었구나.
이제라도 너무 멀리 미래보다 그냥 지금 하루하루를 천천히 걸으면서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지금 이순간에만 집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