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 동생을 괴롭히는 부모를 보고 화나는 나
동생도 나처럼 분노와 수치심등의 감정을 많이 마음에 담아놔서 힘들어한다. 부모가 자식을 위로하고 편이 되어주기보다 비난하고 잔소리만 했기 때문이다. 근데 잔소리하는 부모의 인생은 더 가관이다.
아빠라는 사람이 가족 편 말고 남의 편을 들어준다. 엄마랑 싸우고 나면 노래방 가서 놀고 온다. 그래놓고 조상님께 예의를 갖춰 차례상을 지낸다. 참도 조상님이 좋아하겠다. 부모가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수용하지 못하니까 자식에게 투사하는 거다.
나는 이제 아빠가 잔소리하면 가만히 안 있고 한마디 거둔다. 그리고 내가 먼저 잽을 날리기도 한다. 자식을 위하는 척, 챙겨주는 척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고자 잔소리를 잽처럼 던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자존감이 계속 스스로 내려가고 있는 불쌍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꾸 수시로 잔소리를 던진다. 정말 불쌍한 상황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반격을 날리지 이제 잽을 날리는 빈도수가 줄어들었다.
근데 동생한테 잔소리를 가장한 시비를 거는 게 나는 화가 난다. 저걸 그냥 두면 은근히 나에게도 잔소리가 넘어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런 잔소리를 아무 반격 없이 맞아온 동생은 지금 마음상태가 안 좋다. 신체화증상으로 나타나서 몸이 무기력하고 피곤하다. 불쌍하다. 자신의 감정이 원인인지도 모르고 자꾸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내가 20대 초반에 그랬다.
하지만 나중에 영양제가 원인이 아닌 걸 알았고 상담을 하고 믿을만한 사람을 만나서 마음이 괜찮아졌다. 그걸 아직 못하고 있는 동생이 불쌍하고 안타깝다. 얼마나 힘들지 내가 아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따뜻한 말해주고 간간히 도와주고 거리를 두는 것뿐. 나도 어렸을 때 아빠 따라 동생을 공격하고 괴롭혔던 과거가 있어서. 그래서 동생에게 나도 과하게 도와주려고 하면 부담으로 다가올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응원하는 카톡 보내고, 아빠가 잔소리하면 한마디 거들고, 최대한 동생을 도와주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뿐. 적절하게 거리 두는 게 도움 된다. 오히려 내가 나서서 뭘 해주려고 하면 짜증 내고 부담을 동생은 느낀다.
그리고 내 감정을 다루고 내가 편안해지고 내가 안정적이어야 동생에게 도움이 된다. 너무 동생이 불쌍해서 내가 조급하고 불안하면 더 힘들 거다.
역시 동생이 불쌍한 내 감정을 다루고 감정일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되는구나. 아르바이트하고 애인 만나고 쇼핑몰, 블로그 할 때는 너무 바빠서 아빠의 애 같은 짓들이 신경안 쓰였는데. 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할 게 없으니까 자꾸 부모와 가정사에 몰입되는구나.
다시 적절한 거리를 둬야겠다. 나에게 아빠는 남이다. 이미 마음의 거리를 두고 선 그은 지 오래다. 사람이 너무 부정적인 말을 심하게 많이 해서 가까이하면 절대 안 된다. 한숨도 많이 쉬고 모든 자기의 투사를 남에게 돌릴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거리 두고 남과 가족 사이의 거리만큼 지내야 한다.
부정적인 사람은 절대 멀리해야 한다. 그 분위기가 나에게 옮겨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빠를 역공격하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분노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종의 방법이라 생각한다.